물, 불, 공기, 흙. 네 가지 원소들이 살아가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주인공인 제이드(물)와 앰버(불)의 사랑 이야기 <엘리멘탈>. 영화관을 가지 못해 대기하다가 드디어 IPTV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픽사의 영화는 꼭 봐왔던지라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봤습니다.
- 놀라운 그래픽과 화려한 색감
약 151,000개의 컴퓨터 코어를 갖고 만든 만큼 <엘리멘탈>은 매우 훌륭한 그래픽을 선사했습니다. 이전의 작품들인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가 각 923개, 672개의 코어를 사용한 것을 비교하면 수치상으로도 <엘리멘탈>의 그래픽 부분에 힘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원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엘리멘트 시티'는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 공기, 흙은 함께 어울려 사는데 성공한 듯 보이는데 도시의 모습이 서로 어우러져 본인들끼리 살기 좋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모습을 보면 물이 자주 나오는데 등장인물들은 그래픽인 것처럼 보이는 반면 물이 첨벙거리는 효과나 뒤의 배경들은 마치 실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 배경의 효과들과 더불어 주인공 원소들의 모습에도 공을 들인 게 보이네요.
앰버의 주변은 항상 불이 타오르고, 일렁이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제이드는 물이기 때문에 항상 투명하게 뒤에 있는 배경이 몸에 비춰지는 등 이런 디테일함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급한 전개
멋진 그래픽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 반면에 이야기는 어수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물과 불의 만남이 주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 과정 속에 부녀간의 갈등 또한 등장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자는 교훈이 담긴 결말도 끌고 와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감독인 '피터 손' 본인의 이야기를 참고 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낯선 외국 땅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며 열심히 노력했던 부모님, 이민자로서 현지인들과 섞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본인, 그런 본인과 사랑의 결실을 맺은 배우자와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냈다는 것인데 저는 차라리 한 가지 정도만 정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꾸몄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원소들이 사는 도시라 하는 것은 누구나 은연중 상상해보았던 모습일 텐데 그 모습들을 보며 즐거울 시간도 부족하지만 줄거리는 빠르게 밀어 넣었던 느낌이라...
한 마디로 "이야기는 있을 법하고 뻔한 흐름이지만 따라가기 바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 만남을 악연으로 시작한 '제이드(물)'와 '엠버(불)'지만 엠버의 가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니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
이런 느낌으로 시작한 둘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었지만
'엠버에게 재능을 보고 제이드의 엄마는 일자리 제안을 하고, 엠버는 그 제안에 화가 나지만 그 화는 자신이 가게를 물려받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는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의 첫 시작 부터 엠버의 부모님이 새로운 도시로 이주해 아등바등 가게를 꾸려왔다는 빌드업으로 보아 <엘리멘탈>은 감독의 여러 이야기 중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감사가 더 짙게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인사이드아웃과 주토피아의 후속편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한 번 더 기대심을 꺼내보려 합니다. <엘리멘탈>은 재밌고 볼만했던 영화였지만 딱 정말 그 수준에서 그쳤던지라 픽사에 대한 만족감을 100% 채워주지 못해 아쉬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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