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드를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고의 미드를 말해보라고 하면 <브레이킹 배드>를 꼽을 것입니다. 일전에 써 내려갔듯이 기승전결이 완벽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드라마였으니까요. 그 드라마의 외전 격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바로 오늘 소개할 <베터콜 사울>입니다.
외전이라기엔 총 63편, 6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부 달리기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지만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를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타임머신을 체험해볼 수 있을 만큼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브레이킹 배드를 보지 않은 사람은 재밌지 않은가? 라고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브레이킹 배드와 연계되는 연결점이 초반 부에는 주인공말고는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그냥 스윽 지나가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스포 가득합니다.
- 지미와 사울굿맨
드라마의 주인공은 <브레이킹 배드>에서 월터의 돈을 세탁해주고 함께 사건들을 겪어왔던 변호사 사울입니다. 브레이킹 배드를 본 사람들은 그저 나사 하나 빠진 변호사로 기억이 될 텐데요. 그 변호사가 어떻게 해서 그 자리까지 왔던 것인지가 주 내용입니다.
본명은 '지미 맥길'. 지미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처음 등장부터 지미의 상황은 네일숍 안쪽에 있는 작은 창고를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고, 시동이 한 번에 걸리지 않는 낡은 중고차를 타고 다니며 생활했습니다.
반면 친형인 찰스 맥길은 법조계에서는 누구나 알만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훌륭한 변호사였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친형과 상반되는 입장을 갖고 살아가는 지미는 후에 형을 원망하며 찰스의 그림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사울 굿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미가 사울 굿맨으로 이름을 바꾸고 (완전 개명은 아님)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찰스와 지미의 가족 간 갈등이 주로 이야기에 등장을 합니다. 바로 이 이야기들이 <베터콜 사울>의 첫 번째 굵은 줄기입니다. 지미가 성공과 돈에 집착하려 하는 이유와 자신의 그런 욕망을 더 증폭시키게 만든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지미는 스스로 변호사로서 '성공'을 이루어내려고 하고, 찰스는 지미가 어떤 일을 이루어내든 못마땅해하기만 하죠. 결국 찰스와의 관계는 지미가 박탈당한 변호사 자격을 다시 찾고 난 후 변호사 등록을 할 때 이름을 '사울 굿맨'으로 하면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맥길'의 그림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 살라만카
이 드라마의 첫 번째 큰 줄기가 지미 본인의 디테일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줄기는 어김없이 등장한 '살라만카' 가족입니다. 살라만카는 <브레이킹 배드>에서 투코 살라만카, 헥토르 살라만카 등 멕시코 카르텔의 속해있는 가문입니다. 이들의 등장과 이들과 엮이는 지미의 이야기 흐름은 시청자들에게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첫 등장은 <브레이킹 배드>에서도 싸이코 같은 모습으로 월터를 괴롭혔던 투코 살라만카인데 같은 배우인 '레이먼드 크루즈'가 연기했으며 한결같은 약에 취해있는 연기를 역시나 잘 소화해서 그런지 더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에 <브레이킹 배드>를 시청한 후에 봐야 더 재밌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같은 배경인 '엘버커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브레이킹 배드>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나오는데 맡은 배우들이 모두 같아서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DEA의 행크와 토미 요원의 등장도 매우 반갑)
역시나 살라만카 가족이 있다면 적대관계에 있었던 '거스 프링' 또한 빠질 수 없겠죠. 역시나 같은 배우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맡았습니다. 이들의 대립관계에 지미가 휘말리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 또한 법조계의 맥길 형제 싸움과는 다른 더욱더 원초적인 긴장감을 '이번에도' 느끼게 해 줍니다.
여담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월터와 제시가 두건을 쓴 채 사울을 납치해서 추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지미는
"랄로가 보냈습니까?", "난 몰라요. 이그나시오가 한 짓이라고요!"
라고 다급하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두 사람이 이 드라마에서 임팩트 있게 등장을 했습니다. (사실 저런 장면이 있었는지 까먹고 있었는데 디테일을 잘 살렸네요.)
- 사울 굿맨의 자아성찰
이 드라마의 큰 줄기들 중 마지막 세 번째 줄기는 지미와 킴 웩슬러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킴은 지미가 회사에서 우편물을 나르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료였습니다. 그녀는 지미가 자신의 힘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봤고, 진심으로 축하해줬으며 이후 지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게 됩니다.
지미는 어느 날 킴에게 고백을 하고 둘은 사귀게 되면서 본격적인 하나의 줄기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킴이 지미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킴 웩슬러라는 캐릭터는 홀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그 어머니마저도 사기를 일삼고 불법을 자행하는 불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킴은 정 반대로 행동하고 싶었고, 어느새 준법정신을 탑재한 FM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죠.
반면 지미는 너무나 우월한 형과 그 형만을 편애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일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명 '슬리핑 지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잘한 사기들을 치고 다녔고, 푼돈을 갈취하며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고, 지미는 킴에게 장난식으로 술을 마시며 한 남자에게 가볍게 상황극을 연출해 사기를 쳐서 비싼 술을 얻어먹고 도망가는 데 성공합니다. 지미에게는 정말 가벼운 '장난'이지만 킴은 이런 행동이 달갑지는 않았죠.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그 '스릴'에 중독되고 맙니다.
지미가 상황을 연출해서 증거나 증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행위를 보고 노발대발하던 킴은 어느새 자기합리화를 하는 지미와 한 팀이 되어 움직이게 된 거죠. 어쩔 때는 지미보다 더 냉철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때도 있었습니다.
서로를 보완해주면서 킴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지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져 살게 되지만 결말에선 본인이 죄를 뒤집어쓰는 증언을 하며 킴을 위해줍니다.
지미는 결국 사건이 모두 끝나고 숨어 지내는 상황에서도 슬리핑 지미의 버릇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면 형인 찰스 맥길이 지미가 변호사가 되어도 믿지 못했다는 점에서 왜 법조계에서 인망이 두터운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겠네요.
<베터콜 사울>이 시즌6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브레이킹 배드>를 시청한 이후 시즌이 끝나길 기다리며 몰아서 본 드라마였는데 애초에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봐서 그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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